배진호 회계사
매년 한 차례 이상 보도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거액의 예금이 사라지는 횡령 사고. 300세대 이상 단지만 1만2000여 개 단지에 달하는 전국의 관리사무소 중에서 이러한 횡령 사고는 극히 소수의 단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커 대다수 선량한 관리사무소장이나 경리직원들에게 향하는 시선이 따갑게 느껴집니다. 화재 사고와 마찬가지로 금융 사고도 원인을 잘 분석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약 발생하더라도 입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파트의 외부감사인으로 현장에 나가보면 대부분의 관리사무소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을 준수하며 회계장부와 지출 증빙을 잘 갖추고 있는 편입니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게 증빙관리도 철저한 편이며, 지출결의서에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소장의 인감이 복수로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회계와 자금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실제 사례를 보면 예금잔액증명서를 위・변조하는 경우 또는 고의적으로 자금 유용이나 횡령을 치밀하게 계획해 내부통제제도의 취약점을 노린 경우에는 담당자가 교체되거나 외부감사인이 은행조회를 하기 전까지 적발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에서 실제 발생했던 횡령 사고 사례를 참조해 관리사무소의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필수적인 내부통제절차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장기간 자금의 흐름이 없는 예금(장기수선충당예치금, 주차수선예치금, 퇴직급여충당예치금 등)은 자금 유용이나 횡령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실제 횡령 사례들을 보면, 잔액의 변동이 없는 특정 목적의 예치금 계좌에 대해 이전에 발급 받았던 잔액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예치금에 가입했을 때 통장 사본만 제시된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소장과 입대의 감사는 매월 말 회계 장부상의 예금잔액과 예금잔액증명서 원본을 각 계좌마다 빠짐없이 대조하는 절차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기본적인 내부통제제도가 될 것입니다.
☞ 2023년 6월 23일에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30조에 따르면 소장의 업무로서 매월 10일까지 금융기관 잔고증명서와 장부상 잔액을 대조해 확인하는 업무를 의무화했습니다.
출금거래는 통장에 지급처가 건별로 표시될 수 있도록 은행에 제출하는 출금전표를 지급처별로 작성하는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은행과 경리의 업무부담이 약간 늘어나겠지만, 결재권자가 결재 당시 지출결의서와 출금전표를 확인했다고 해도 추후에 자신도 모르게 결재한 내용이 수정되거나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 없고 또한 이미 결재한 지출 증빙서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따라서 출금전표를 지급처별로 작성해 통장에 각각 표시하면 통장만으로 지급처와 지급액을 한 번에 훑어볼 수 있으므로 관리사무소의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유력한 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 횡령사고가 발생한 한 아파트에서 지출결의서에 첨부된 서류를 해체해 회계전표에 모두 편철하는 경우가 발견됐는데, 지출결의서는 회계전표와 별도로 편철・보관해야 합니다. 즉, 지출결의서는 공급자의 세금계산서 및 고지서나 청구서 등을 첨부해 관리해야 하고, 회계전표에서 출금(대체) 전표에는 실제 지출결의서에 첨부된 청구서 등의 사본과 송금영수증 원본 등이 첨부해야 합니다.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관점에서 보면 자치관리보다 위탁관리가 입주민에게 유리합니다. 위탁관리비용이 발생하지만 관리주체의 업무를 전문적인 업체에 위탁할 수 있고 만약 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해당 위탁관리회사에게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위탁관리업체 본사에서도 횡령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에 대한 정기・수시 점검이나 감사가 필요하며, 이러한 정기・수시 점검이나 감사는 위탁관리업체의 선정 과정에서도 회계 및 자금관리의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외부감사계약을 최저가로 선정하는 관행을 지양해 아파트 회계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감사인(회계법인, 감사반)을 적정 보수로 선정하고, 추가적인 비용이 들더라도 감사에 참여했던 공인회계사가 입대의에 직접 출석해 감사결과에 대해 설명을 하도록 감사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계약을 체결하면 공인회계사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감사절차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해당 아파트의 중점 감사사항과 내부통제제도의 취약점에 대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해당 아파트의 은행조회 결과 장부잔액과 일치했는지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 감사인이 아파트 은행조회를 하려면 해당 아파트의 입대의 회장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입대의 회장은 개인 인감증명서의 제출을 꺼려서 이를 핑계로 은행조회서가 위조된 은행잔액증명서로 대체됨으로써 금융사고가 조기에 적발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1) 시재금 보유를 최소화하고 소모성 자재구입, 식대 등은 직불카드로 결제한다.
(2) 중간관리비를 포함한 관리비 등의 현금수납을 금지하고 관리비통장에 직접 입금한다.
(3) 소장은 관리비 미수금에 대해 회계장부와 수납대장을 매월 대조해 일자별로 차액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관리비조정집계표상의 연체된 미수금 잔액과 회계장부상 미수금 잔액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4) 소장은 가수금 외에도 소득세와 사회보험료와 관련된 예수금 등이 적절하게 정산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5) 주차수입, 주민공동시설 수입 등은 현금으로 수납하지 않고 별도로 세대에 부과해 은행 계좌로 수납한다.
(6) 승강기사용료, 게시판광고수입 등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잡수입은 접수대장에 월별/누적 건수와 금액의 합계를 회계장부와 대조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관리책임자의 승인을 받는다.
(7) 사용료(전기료, 수도료, 열요금)과 4대보험료의 납부는 금융기관의 자동이체를 이용한다.
(8) 지출결의서에는 지출에 필요한 근거서류들이 작성되고 증빙서류를 빠짐없이 첨부했는지 확인하고 결재한다.
(9) 통장의 압축기장이나 무통장입금거래는 하지 않고 출금 건별로 지급처가 기록되도록 한다.
(10) 소장과 입대의 감사는 매월 금융기관잔고증명서와 장부상 잔액을 계좌별로 대조·확인해 그 결과를 문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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