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탁사가 사업주체와 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출하지 않은 퇴직금, 연차수당적립금 등을 귀속시킨다’는 단서 규정을 뒀다면 남은 금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판사 박상인)은 대구 북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A위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아파트 사업주체는 A사와 입주개시일인 2021년 11월부터 1년간 또는 입대의가 구성되기 전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는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이듬해 5월 31일까지 관리업무를 수행했는데 그 사이 입대의가 구성됐다.
입대의는 “주택법상 사업주체로부터 A사의 관리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받았다”며 A사가 사업주체로부터 미리 받은 직원 퇴직금 및 연차수당적립금, 국민연금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실제로 지출하지 않은 3700여만 원에 대해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입대의 측은 “이 사건 관리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한다”면서 “수임인인 A사는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고 남은 선급비용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사 측은 “관리계약은 도급계약에 해당해 실제 지출하지 않은 퇴직적립금 등을 반환할 의무가 없고, 이 사건 계약이 위임계약에 해당하더라도 퇴직적립금 등을 정산하지 않기로 약정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박 판사는 우선 A사에 대한 관리계약을 민법상 위임계약이라고 봤다. 사업주체와 A사가 맺은 관리계약서의 제목이 ‘공동주택관리 도급계약서’이고 사업주체가 A사에 지급하는 월정액을 ‘도급인건비’로 지칭하고 있지만, 이 사건 관리계약서에 A사가 완성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 도급계약은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판사는 A사가 지출하지 않은 퇴직적립금 등을 입대의에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사업주체와 A사는 관리계약 체결 당시 단서의 규정을 둠으로써 선급비용으로 지급되는 퇴직적립금 등이 지출되지 않는 경우 이를 수임인인 A사에 귀속시키기로 약정했기 때문.
입대의가 “A사가 도급인건비와 별도로 사전투입비 100여만 원, 관리직원 수당 등 1600여만 원을 받은 것은 부당이득이므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박 판사는 “사전투입비는 입대의의 관리비 계좌에서 A사가 아닌 개인의 계좌로 송금됐고, 수당 등도 입대의부터 관리직원들에게 곧바로 지급됐다”면서 A사가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